유심변경을 위해 오픈전부터 기다리는 사용자들 사진
SK텔레콤이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대규모 고객 이탈 사태를 겪는 가운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유심을 교체하지 않아도 유심보호서비스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과 고객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팽배해 대처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유영상 대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본인을 포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유심을 교체하지 않고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유심보호서비스는 유심 교체와 유사한 효과를 내며,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임의로 가입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다르다. 유심 무상 교체가 시작된 이후 불과 이틀 만에 7만 명이 넘는 SK텔레콤 이용자가 타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9일 하루에만 3만5902명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고, SK텔레콤의 순감 규모는 3만2640명에 달했다. 이 중 상당수는 KT와 LG유플러스로 이동했으며, 알뜰폰으로의 이탈까지 포함하면 실제 유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유심변경을 위해 기다리는 사용자들 사진
유 대표는 같은 날 SK그룹 전사 게시판에도 글을 올려 “현재 유심 재고가 한정돼 있어 단시간에 2500만 명에게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유심보호서비스가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서비스가 단말기와 유심을 묶어 관리하기 때문에 임의 기기변경을 차단하며, 국내에서 유심 교체와 동일한 수준의 보안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로밍 이용이 어렵다는 서비스의 단점에 대해서는 “다음 달 15일경에는 보완 솔루션이 나와 불편이 해소될 예정”이라며 “서비스 가입 후 유심복제 피해가 발생하면 SK텔레콤이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청문회에서는 유심 무상 교체 대기 고객에게는 유심을 제한하면서, 신규 고객에게는 유심을 계속 제공하는 이중적인 조치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SK텔레콤 대리점 안내문
이에 유 대표는 “대리점 영업 중단을 강제하긴 어렵지만, 확인 후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국가정보원이 전 부처에 유심 교체를 권고한 가운데, SK텔레콤은 여전히 “유심보호서비스로 대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유심 정보 유출이라는 민감한 사안에서 고객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SK텔레콤의 대응이 과연 충분한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