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SBS 8시뉴스 공식 유튜브
이종범 코치가 프로야구 현역 코치직을 내려놓고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새 감독으로 합류하면서 야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의 아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바람의 부자(父子)'가 동시에 시련을 맞고 있다.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으로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이종범(55) 전 KT 위즈 코치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7일, 이 코치는 KT 위즈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시즌 중 팀을 떠났다. 이는 JTBC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차기 시즌 감독으로 합류하기 위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KT 구단 관계자는 "얼마 전 이종범 코치가 '최강야구' 감독 합류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퇴단을 요청했고, 구단은 이강철 감독과 협의한 뒤 이 코치의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이 코치 부재에 따른 전력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현역 코치가 시즌 중, 특히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이유로 팀을 떠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야구계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이 구단에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상도덕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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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코치 입장에서는 '감독' 자리에 대한 오랜 갈증이 작용했을 수 있다. KBO MVP 1회, 골든글러브 6회 수상, 한국시리즈 4회 우승 등 선수 시절의 화려한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화, LG, KT를 거치며 10년 넘게 다양한 코치 역할만 경험했을 뿐 프로 구단의 사령탑에는 오르지 못했다. '최강야구'가 일으킨 야구 붐과 높은 출연료 또한 매력적인 요소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개인의 욕심에 치우친 결정"이라는 실망감이 번지고 있으며, 향후 KBO리그 현장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종범 코치의 아들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26) 선수 역시 심각한 슬럼프를 겪으며 부자 모두에게 시련이 닥쳤다. 이정후는 30일(한국 시각)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에 삼진과 병살타로 침묵하며 10타수 무안타를 기록, 원정 3연전 내내 무안타에 그쳤다. 그의 시즌 타율은 2할4푼3리까지 떨어졌으며, 특히 6월에는 1할5푼(80타수 12안타)의 극심한 타격 침체를 보였다. 팀은 최하위 화이트삭스에 뼈아픈 3연패를 당하며 내셔널 리그 서부 지구 3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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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무사 1루에서 병살타, 선두 타자로 나서 삼진, 만루 기회에서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는 등 승부처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아버지 이종범 코치의 시즌 중 퇴단 논란과 맞물려 한국 야구 최고의 '부자'가 동시에 시련을 겪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종범 코치는 1993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KBO리그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통산 타율 0.297, 194홈런, 510도루를 기록하는 등 '야구 천재'로 불리며 한국 야구의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은퇴 후 방송 해설 위원과 코치로 활동해왔으며, 2023년에는 LG 트윈스의 29년 만의 통합 우승에 1루 작전코치로 기여하며 지도자로서 첫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최강야구'는 은퇴 선수와 유망주들이 경기를 하는 콘셉트의 인기 프로그램이지만, 최근 방송사인 JTBC와 제작사 스튜디오C1, 연출자 장시원 PD 간의 제작비 횡령 의혹 등으로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출연진과 장 PD는 '불꽃야구'를 새롭게 론칭한 상황이라, 이종범 감독이 이끌 '최강야구'는 새로운 선수단과 제작진으로 꾸려져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최강야구' 초대 사령탑을 맡은 뒤 프로 감독으로 부임한 전례가 있지만, 이종범 코치의 이번 행보에 대한 야구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며,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