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비서관 인사청탁 결국 사퇴, 국힘 "김현지 실세론, 국정농단" 공세 펼쳐
참고사진 = 채널A 뉴스
대통령실 김남국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주고받은 인사청탁 문자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12월 4일,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논란 발생 이틀 만에 내려진 사실상의 경질 조치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부적절한 대화를 넘어 이재명 정부 초기의 인사 시스템과 권력 구조, 측근 정치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며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12월 2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2026년도 예산안 처리가 한창이던 그 시각, 뉴스핀 기자의 카메라가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의 휴대전화 화면을 포착했다. 화면에는 김남국 대통경실 디지털소통비서관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남국아, (홍성범은) 우리 중(앙)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도 해서 회장하는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
"너도 알고 있는 홍성범이다.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 좀 해줘 봐."
"넵 형님. 제가 훈식이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
이 문자의 파장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국가 예산안을 심의하는 엄숙한 국회 본회의 중에 민간 협회 회장직 인사청탁이 이루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대통령실 핵심 라인을 거론하며 인사 개입을 약속한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진석 의원이 추천을 요청한 인물은 홍성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전 본부장이다. 문 의원과 김 비서관, 그리고 홍성범 전 본부장은 모두 중앙대 출신 동문이다.
KAMA 회장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5개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협회의 수장으로, 연봉이 2억 중반에서 3억 원대에 달하는 고액 보직이다. 통상 산업통상자원부 1급 이상 퇴직 관료가 맡아온 이른바 '관료 보은 꿀보직'으로 알려져 있다. 정책 로비와 정부-업계 조율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크다.
김남국 비서관이 언급한 '훈식이형'과 '현지누나'는 각각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두 사람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내 실세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경선 캠프에서 전략기획본부장, 선대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선거 전략 전반을 총괄했다.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대통령실로 들어온 그는 이 대통령과의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대통령실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한 핵심 측근이다. 이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며 정책 구상부터 인사, 정무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건으로 그간 잠복해 있던 '김현지 실세론'이 다시 불거졌다.
문제는 이들이 민간 협회장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인식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문진석 의원은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라고 언급했고, 김남국 비서관은 강훈식 실장과 김현지 실장에게 추천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대통령실 핵심 라인이 민간 협회의 인사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처럼 보인다는 해석을 낳았다. 특히 자동차산업협회는 정부 정책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대통령실의 비공식적 인사 개입 의혹은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문진석 의원과 김남국 비서관은 모두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 모임인 '7인회'에 속한 인물들이다. 7인회는 정성호, 김영진, 문진석 의원과 김병욱, 김남국, 이규민, 임종성 전 의원 등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2017년 이재명 후보가 처음 대선에 출마할 당시부터 지원해 온 '원조 친명' 그룹으로 불린다.
이들은 2025년 1월에도 공개적으로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김남국 전 의원은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으로 발탁되었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결국 사퇴하게 됐다.
문진석 의원, 김남국 비서관, 홍성범 전 본부장은 모두 중앙대 출신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중앙대 출신으로, 이번 인사청탁은 학연을 기반으로 한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이 "우리 중대 후배"라고 언급하며 추천을 요청한 것, 김 비서관이 "형님"이라고 호칭하며 대통령실 라인에 추천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공식적 인사 절차가 아닌 사적 친분을 통한 비공식 루트의 존재를 보여준다.
대통령실은 처음에는 온건한 대응을 보였다. 12월 3일, 대통령실은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김남국 비서관)에 대해 공직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공지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4일 유튜브 방송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강훈식 비서실장이 김남국 비서관을 눈물 쏙 빠지게 경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비서관이 워낙 '형', '누나'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김남국 비서관은 결국 4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통령실은 즉시 이를 수리했다. 김 비서관은 같은 날 오후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 역시 문진석 의원에게 내부적으로 경고 조치를 했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강하게 경고했다고 전해졌다.
문진석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부적절한 처신 송구하다. 앞으로 언행에 더욱 조심하겠다"고 사과했다. 다만 당 지도부는 문 의원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몸이 안 좋아 쉬고 있다", "입장 표명을 기다린다"는 수준에서 유보하며 사태 확대를 최대한 미루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범죄 혐의를 전제로 한 윤리감찰단 회부 논의는 없다"며 형사 및 징계 이슈화에는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이재명 정부 국정농단'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정 곳곳에서 '김현지를 통하면 다 된다'는 '만사현지, 현지형통 공화국'이라는 조롱이 왜 나오는지 이번 사건이 적나라하게 입증했다"며 "인사 농단 현행범으로 즉각적인 특검·수사가 필요한 국정농단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세간에서 '원조 친명'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조차 김현지 실장에게 한 수 접고 인사청탁을 해야 할 정도라면 그 위세가 어느 수준인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문진석 의원, 김남국 비서관, 강훈식 비서실장,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직권남용 및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국회 예산안 처리하는 와중에 인사 청탁이라니요. 현지 누나는 누굽니까"라며 의혹 제기에 가세했다.
참고사진 = 김남국 SNS
참여연대는 4일 논평을 통해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남국 비서관이 같은 학벌·동문 인맥을 기반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 청탁을 주고받은 것"이라며 "인사청탁을 주고받는 자체가 부적절하고 대통령실의 인사 시스템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실이 엄중 경고에 그친 것은 안이한 인식이고 대응"이라면서 "민정수석실 등에서 제대로 진상을 조사하고 부적절하게 처신한 김남국 비서관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경질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김 비서관은 결국 참여연대의 요구대로 사퇴했으나, 문진석 의원에 대한 조치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김남국 전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서울 강동갑에 출마해 당선됐으나, 2024년 22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낙선의 결정적 원인은 가상자산(코인) 투기 논란이었다.
2023년 김남국 의원이 거액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셌고, 결국 공천은 받았지만 총선에서 패배했다.
총선 낙선 후 김남국 전 의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이는 '7인회' 멤버이자 중앙대 후배로서 이재명 대통령이 각별히 아끼던 인물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디지털소통비서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주권' 정부를 천명하며 강조한 '직접 민주주의 확대'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만에 인사청탁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이게 이재명 정부의 실체인가", "국회 본회의 중에 민간 협회장 자리 나눠먹기를 하다니, 국민을 우습게 본다", "예산안 처리하면서 뒤로는 자리 장사하고 있었네. 민생은 뒷전이고 인사 청탁에만 열중", "7인회가 뭐 하는 사람들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는 반응이다.
또한 "중앙대 동문끼리 자리 나눠먹기. 이게 진보 정권의 인사 시스템인가?", "훈식이형, 현지누나라니. 공적 업무를 사적 친분으로 처리하는 게 정상인가", "김현지 실세론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구나", "김남국은 사퇴했는데 청탁한 문진석은 그냥 사과로 끝? 형평성이 안 맞는다"의 댓글도 눈에 띄었다.
반면, "사건 자체는 문제지만, 야당의 정치 공세도 과하다", "인사청탁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문자만 주고받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김남국 비서관이 실제로 강훈식·김현지에게 전달했는지가 중요한데 그 부분은 불분명하다"의 입장도 확인됐다.
일부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라는 평가와 함께 "초기 정부의 인사 시스템 신뢰가 무너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인사청탁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특히 이재명 정부를 지지하던 중도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사건은 대통령실의 인사 시스템뿐 아니라 여권 정치인의 윤리의식에 대한 대중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중도층 표심에 미묘하지만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진석 의원의 경우 차기 총선 공천 배제론까지 당내에서 거론되는 상황이다.
야당은 이 사건을 '이재명 정부 비리'로 프레임화하며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 대한 의혹 제기를 지속하며 '실세 정치' 논란을 확산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권력 구조와 인사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정치학 교수는 "사적 네트워크를 통한 비공식 인사 라인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증폭시킨 사건"이라며 "대통령실의 인사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특정 측근들의 영향력이 과도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학연·지연 중심 인사 관행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중앙대 동문끼리, 7인회 멤버끼리 자리를 나눠먹는 구조가 명확히 드러났다"며 "능력과 자격보다는 인맥이 우선시되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남국 비서관이 실제로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게 인사 추천을 전달했는지, 그리고 이것이 실제 인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다.
현재까지는 문자 메시지 내용만 공개됐을 뿐, 실제 인사 개입이 이루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야당은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남국 비서관은 사퇴했지만, 인사청탁을 요청한 문진석 의원은 여전히 원내 지도부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며, 문 의원의 거취가 추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실의 인사 과정을 투명화하고, 비공식 라인을 통한 인사 청탁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민정수석실의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김남국 비서관 사퇴로 일단락된 듯 보이는 이번 사건은 사실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국민주권', '공정한 인사', '투명한 권력 운영'이라는 약속이 실제로는 학연·지연 중심의 사적 네트워크와 측근 정치로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기 때문이다.
특히 '7인회'라는 최측근 그룹과 중앙대 동문 네트워크를 통한 인사 청탁, 그리고 '현지 누나'로 상징되는 실세 정치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정권 초기부터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김남국 비서관의 사퇴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야당의 고발 예고, 문진석 의원의 거취 문제,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 대한 의혹 제기 등 후속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아니면 측근 정치의 관행을 답습할 것인지가 향후 정부 운영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