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ECD 최상위권 한국 근로시간, 삶의 질 및 경제 활력 저해 지적
- 61% 국민 찬성 속, ‘임금 유지’ 요구에 기업 부담 및 생산성 저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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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제가 도입된 지 21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가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인 주 4.5일제 도입을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장시간 노동 문제와 함께 고령화 시대에 맞는 일자리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 4.5일제가 부상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근로자들의 높은 기대감 이면에 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비용 증가라는 현실적인 우려도 함께 제기되며, 사회 전체의 균형을 위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 시간은 1904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19시간에 비해 185시간이나 많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 5개국만이 우리나라보다 근로 시간이 긴 수준이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을 무너뜨려 사회 전체의 활력마저 떨어뜨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생산성 혁신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단순한 노동 시간 투입만으로는 더 이상 경제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주 4.5일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 4.5일제 논의는 단순히 근로시간 단축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 문제와 맞물려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올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3%를 기록하며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하지 않는 노령인구가 늘어날수록 노동력 감소와 연금 및 복지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정부는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를 결합해 '적게 일하고, 장기 근속하며, 일자리를 나누는'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적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며,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우리나라 평균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한, 현대차 노조와 전국금융산업노조 등 주요 노조들이 정년 연장과 함께 주 4.5일제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등 사회 전반에서 이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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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제 도입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긍정적이다.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주 4.5일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근무 시간이 줄어도 급여 수준은 유지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60%에 달해 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현실적인 딜레마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시행된 60세로의 정년 연장 역시 대기업 고령 근로자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조기퇴직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잇따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임금 체계나 고용 경직성에 대한 개선 없이 단순한 근로시간 단축이나 정년 연장만으로는 청년 고용 위축,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만약 주 4.5일제가 현실화된다면, 우리 사회에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긍정적 변화는 첫째, 근로자 개인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주말이 2.5일로 늘어나면서 여가, 자기 계발, 가족 시간 등 '시간 주권'이 강화될 수 있다. 둘째, 내수 경제에 활력이 생길 수 있다. 늘어난 여가 시간은 문화, 여행, 레저 등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다. AI 도입, 업무 효율화 등 더 짧은 시간 내에 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 될 것이다.
부정적 변화는 첫째,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곧 인건비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노동시장 내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일부 대기업이나 유연성이 높은 IT 업계에만 혜택이 집중되고, 제조업 등 고용 경직성이 높은 분야에서는 도입이 어려워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셋째, 단순한 시간 단축이 반드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이후 일부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오히려 성과가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주 4.5일제는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거대한 실험이며,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기업과 근로자, 그리고 정부 모두의 면밀한 준비와 협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