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한국인 범죄 잇따르며 2023년 사망 사건 다시 주목
- "치사량 투약" 전문의 지적에도 현지 화장으로 진실 묻혀
故 서세원의 생전 모습 = SBS 그것이 알고싶다 공식유튜브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감금·폭행·고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2023년 4월 현지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방송인 고(故) 서세원(향년 67세)의 사망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에도 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현지 사정으로 인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채 마무리됐던 이 사건이 1년 반이 지난 지금,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세원은 2023년 4월 20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병원에서 링거를 맞던 중 갑자기 심정지가 와 사망했다. 평소 당뇨 합병증을 앓고 있던 그는 병원을 방문해 링거 치료를 받다 급작스럽게 숨을 거뒀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당시 서세원에게 링거를 놓은 사람이 그날 병원 면접을 본 간호사였다는 점이다. 정식 채용도 되기 전, 면접 과정에서 환자에게 직접 시술을 하게 했다는 것 자체가 의료 관행상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캄보디아 한인선교사회 오창수 회장은 당시 "서세원 씨가 병원에서 링거를 맞다 쇼크사로 사망했다"며 "캄보디아에 있는 병원 의사들 수준이나 시설이 서울 같지 않아서 링거를 잘못 꽂아 사망하는 사고가 간간이 있긴 하다"고 현지 의료 환경의 열악함을 설명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투약량이었다. 당시 서세원에게 주사를 놓은 간호사는 프로포폴을 50ml씩 2병, 총 100ml를 투약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일반적인 의료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양이다. 국내 전문의들은 이 투약량에 대해 한목소리로 "치사량"이라고 지적했다. 성균관대학교 마취통증의학과 김덕경 교수는 "한 번에 100ml를 맞았다면 무조건 돌아가신다"며 "서세원 씨 같은 연령대의 건강 상태라면 8ml 내지 10ml만 맞아도 다른 의학적인 조치를 안 하면 바로 호흡 억제, 심정지가 올 수 있는 용량"이라고 단언했다.
충남대학교 마취통증의학과 임채성 교수 역시 "100ml가 정말 한 번에 환자에게 투여됐다면 무호흡과 저혈압으로 사망할 수밖에 없는 용량"이라며 "의도적으로 줬다면 거의 살인 수준"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프로포폴은 마취 유도 및 진정을 위해 사용되는 약물로, 투여량과 속도를 매우 신중하게 조절해야 하는 약물이다. 특히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세원의 경우 당뇨 합병증을 앓고 있었던 만큼, 더욱 조심스럽게 투약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유족들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시신을 한국으로 옮겨 부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 하지만 현지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캄보디아의 행정 절차, 시신 이송의 복잡함,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신 보존이 어려워지는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결국 유족들은 고심 끝에 캄보디아 현지에서 화장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사라지게 됐다.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시간이 갈수록 시신이 온전히 보존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현지 화장을 진행했다"며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캄보디아 현지 경찰로부터 당뇨병으로 인한 심정지라는 검안 결과가 담긴 사망증명서를 받았으나 사유를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며 "전문의들이 치사량이라고 지적한 프로포폴 투약과 당뇨 합병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고 밝혔다.
故 서세원의 생전 모습 = SBS 그것이 알고싶다 공식유튜브
변호사이자 방송인인 딸 서동주는 당시 급히 캄보디아 현지로 달려갔다. 법률 전문가로서, 그리고 딸로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었던 그는 현지 조사 과정에서 큰 좌절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서동주는 "최초 신고자가 누군지, 링거와 수액을 가져갔는지, 간호사 진술은 제대로 받았는지, 약물 검사나 독극물 검사를 했는지 등 상식적인 질문을 하고 싶었다"며 "그런데 제가 듣는 이야기는 '링거를 맞다 돌아가셨다'는 게 전부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현지 의료 수준과 조사 과정의 허술함에 대해 깊은 답답함을 표현했다. 한국이었다면 당연히 이뤄졌을 기본적인 조사와 검증 절차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의료 사고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확보해야 할 증거물 보존, 관련자 진술 확보, 투약 기록 확인, 약물 성분 분석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최근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에 출연한 서동주는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심경과 함께 당시의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상세히 털어놨다. 그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생각하면 너무 좋은데 너무 싫은 애증의 마음이 있었다. 너무 잘 보이고 싶기도 한데 너무 밉기도 했다. 이런 복잡한 감정이 들어서 늘 힘들었다"고 고백한 서동주는 "아버지를 보면 너무 닮은 면이 많아서 인정하고 싶지 않아졌다. 내가 또 그 사람을 닮았다는 것에서 오는 복잡한 마음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과거 에세이를 쓰면서 "미워하고 싶지 않아서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고 적었다며, 많은 독자들이 이 부분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세상에 좋은 부모상에 대한 노래나 시, 글은 많은데 그렇지 못한 자녀들을 위한 내용은 많이 없더라. 그래서 위로를 많이 받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쓴 책에는 놀랍게도 아버지 이야기가 여러 꼭지에 담겼다. "나도 놀란 게 시작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4꼭지 정도에 아버지 이야기가 담겼다"며 사후에야 정리된 감정들을 표현했다. 특히 서동주는 이중의 상실을 경험해야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를 캄보디아와 한국에서 두 번 치렀다. 그 과정에서 눈이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는 15년을 함께한 노견 클로이가 죽을 고비가 왔다"며 "제가 집에 없으니 몸이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결국 아버지를 발인한 날 클로이 장례도 치렀다"고 말했다.
그는 "장례를 2번 치르니까 사는 게 너무 허망했다. 세상을 홀연히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의 극심했던 고통을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 서정희마저 암 진단을 받아 투병 중이었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엄마도 암에 걸려 아팠고 금전적으로도 어려웠다. 살 이유가 뭔가 싶었다"고 털어놓은 서동주는 "죽지 않으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그 순간만큼은 스스로를 많이 위로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故 서세원의 생전 모습 = SBS 그것이 알고싶다 공식유튜브
현재 서동주는 재혼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남편을 만나 많이 행복해졌다.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낀다"며 힘든 시간을 극복한 현재의 모습을 보여줬다.
서세원은 1980년대부터 개그맨으로 활동하며 인기를 끌었다. 1981년 탤런트 서정희와 결혼해 아들 서동욱과 딸 서동주를 뒀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가정 폭력 논란에 휘말리면서 부부 관계는 파탄에 이르렀고, 결국 이혼하게 됐다. 이후 한동안 방송 활동을 접었던 그는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2016년 재혼한 서세원은 캄보디아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재혼 후 딸까지 얻으며 제2의 인생을 살던 중 2023년 4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하면서 서세원의 사망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감금, 폭행, 고문 등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현지 한국인 사회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년 반 전 발생한 서세원의 의문사가 재조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당시에도 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대로 된 조사 없이 마무리됐던 사건이, 현재의 캄보디아 치안 상황과 맞물려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발생하는 한국인 사망 사건에 대해 보다 철저한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의료 사고가 의심되는 경우 현지 당국의 조사만으로는 부족하며, 한국 정부 차원의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