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희진 해임·신뢰관계 파탄 주장 모두 기각
- 향후 활동 재개 여부 주목
뉴진스, 사진 = 인스타그램
걸그룹 뉴진스와 소속사 어도어 간 전속계약 분쟁이 법원의 어도어 전면 승소 판결로 일단락됐다. 뉴진스 멤버들이 제기한 모든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K-팝 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회일)는 30일 오전 어도어가 뉴진스 5명의 멤버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에서 "어도어와 뉴진스 사이에 체결된 각 전속계약은 유효함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소송 비용은 뉴진스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날 민사소송 특성상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어 뉴진스 멤버들은 모두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11월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지 약 5개월 만에 나온 것으로, 업계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사안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해임이 전속계약 위반 사유가 되는지, 둘째, 양측의 신뢰관계 파탄이 계약 해지 사유가 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뉴진스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희진 전 대표 해임에 대해 "민 전 대표를 어도어에서 해임한 사정만으로는 뉴진스를 위한 매니지먼트에 공백이 발생했고, 어도어의 업무 수행 계획이나 능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반드시 맡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전속계약에 없다"며 계약서상 명시되지 않은 사항을 근거로 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민 전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어도 사외이사로 프로듀서 업무에 참여할 수 있었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대표이사 직위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는 민 전 대표가 회사 내 다른 직책으로도 충분히 뉴진스의 프로듀싱을 담당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뉴진스 측이 강력하게 주장했던 신뢰관계 파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계약 당사자 상호 간 신뢰가 깨졌다고 보기가 어렵다"며 "어도어와 뉴진스 간 신뢰관계가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돼 전속계약의 해지 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단순히 양측 간 갈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법적인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법원의 엄격한 기준을 보여준다. 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신뢰관계 파탄이 인정되려면 더욱 명백하고 구체적인 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해 11월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와의 갈등으로 해임된 민희진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했다. 당시 멤버들은 "민희진 대표와 함께 일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어도어의 전속계약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하며 독자 활동을 예고했다. 뉴진스는 자신들이 직접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입장이었지만, 어도어는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맞섰다.
어도어는 같은 해 12월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본안 소송 결론이 나기 전까지 멤버들의 독자 활동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금지 등을 요구한 것이다. 뉴진스는 올해 2월 'NJZ(엔제이지)'라는 새 팀명을 발표하고 독자 활동을 선언했으나,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뉴진스 측은 이에 반발해 이의신청과 항고까지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뉴진스, 사진 = 인스타그램
법원은 어도어의 간접 강제 신청도 받아들여 뉴진스가 어도어의 사전 승인이나 동의 없이 연예 활동을 할 경우 멤버별로 위반 행위 1회당 10억 원을 지급하라는 결정도 내렸다. 이는 사실상 독자 활동에 강력한 제동을 거는 조치였다. 이에 뉴진스는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칩거에 들어간 상태였다. 데뷔 후 승승장구하던 4세대 대표 걸그룹이 법적 분쟁으로 인해 활동을 전면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재판부는 본안 소송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조정을 시도했지만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이날 선고가 이뤄졌다.
이번 판결로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계약은 법적으로 유효함이 확정됐다. 하지만 뉴진스 측이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법적 분쟁은 장기화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뉴진스가 항소를 하더라도 1심 판결이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민희진 전 대표의 해임과 신뢰관계 파탄 모두를 계약 해지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고, 가처분부터 본안까지 일관되게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은 연예인과 소속사 간 계약 분쟁에서 법원이 얼마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지 보여준다"며 "단순한 갈등이나 불만만으로는 전속계약 해지가 어렵다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의 관심사는 뉴진스의 활동 재개 여부다. 법적으로는 어도어 소속으로 활동해야 하지만, 양측의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어도어가 활동 재개를 제안하더라도 멤버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계약 만료까지 활동 중단 상태를 유지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합의를 통해 계약을 조기 종료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판결이 K-팝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최근 아티스트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소속사와의 갈등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유사 사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판결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법적으로는 어도어가 이겼지만 이제 뉴진스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계약은 유효해도 서로 신뢰가 없는데 어떻게 함께 일하나", "결국 시간만 버린 셈. 아티스트와 회사 모두 손해", "팬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안타깝다"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판결을 지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계약은 계약이다. 법을 지켜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한 게 있는데 일방적으로 나가겠다는 건 문제", "다른 아이돌들도 보고 배워야 할 판례", "감정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K-팝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건", "아티스트의 권리와 계약의 구속력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 "공정한 계약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업계 전반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팬들 사이에서는 "이제라도 양측이 대화로 풀었으면 좋겠다", "뉴진스의 음악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바람이 나오고 있다. 뉴진스는 2022년 데뷔 후 '어텐션', '하입보이', '디토', 'OMG' 등 연이어 히트곡을 내며 4세대 걸그룹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독특한 콘셉트와 중독성 강한 음악으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