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요청에 트럼프 즉각 화답
- "필리조선소 건조" 발언에 기술 확보 우려도

관련사진 = 대통령실
한국이 숙원사업이었던 핵추진잠수함 확보의 길을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결단'을 요청한 지 단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전격 승인하면서, 20여 년간 이어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 논의가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체류 중인 3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의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대통령이 전날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연료를 공급받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전격적인 발표였다.
핵추진잠수함 개발과 전력화, 운용을 위해서는 소형 원자로와 농축우라늄 연료 등 관련 기술이 필요한데, 한미 원자력협정 등에 따라 미국의 승인이 불가피했다. 한국이 오래전부터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미국은 그동안 핵확산 우려로 난색을 표명해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파격적이다. 미국은 지난 2020년 한국의 핵 원자로 운용을 위한 저농축우라늄 지원 제안을 거절한 적도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우리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여건을 이미 갖춰 놨고 마지막에 이제 연료가 좀 필요했던 것"이라며 "군사적 측면에서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승인한 것은 이 대통령의 설득 전략이 유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전날 핵추진잠수함 도입 구상을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분히 자세히 설명을 못 드려 약간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도입하려는 핵추진잠수함은 주로 대함전과 대잠전 임무를 수행하는 핵추진잠수함(SSN)이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핵무기를 탑재하는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SSBN)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디젤잠수함이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 추적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우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 한반도 동해, 서해 해역 방어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사진 = 대통령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언급이 북쪽과 중국 방향의 우리 해역 인근 잠수함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특정 국가의 잠수함을 지칭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미중 패권경쟁 심화 속 중국의 해양 진출을 민감하게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들여다본 '결정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 여건 변화에 따라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데 공감을 표하면서 후속 협의를 해나가자고 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회담 후 브리핑에서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꿈'이기도 했던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이 이재명 정부에서 실현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비밀리에 4000t급 핵잠수함 건조 계획을 추진했지만,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무산됐다. 문 전 대통령은 핵잠수함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가 핵추진잠수함 도입 의지를 공식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면한 자리에서 핵추진잠수함 확보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른 시일 내에 전략자산인 핵추진잠수함을 실전배치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핵추진잠수함은 디젤 엔진 대신 소형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수개월 동안 부상하지 않고 수중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다량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으며, 핵무기를 탑재하는 SSBN과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SSN으로 구분된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은 우리 군의 차기 잠수함 확보 사업인 '장보고-Ⅲ 배치-Ⅲ'을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는 재래식 잠수함이 아닌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위해서는 4000~5000t급 이상 대형 잠수함을 설계하고 동력인 소형 원자로를 개발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잠수함 선체 기술은 이미 다 확보됐고, 사이즈만 키우면 된다"며 "원자로에 대한 부분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상용 원자로를 많이 연구했고 소형모듈원자로(SMR) 계통도 연구해왔기 때문에 못 할 이유는 없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가장 큰 난제였던 '미국의 동의' 부분도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성에 공감함에 따라 더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을 미국의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겠다고 밝혀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화그룹이 작년 12월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무리 동맹이라 하더라도 국가 전략자산을 외국에서 생산한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잠수함 사업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미 우리가 비닉사업으로 핵추진잠수함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에서 건조하게 된다면 우리 핵심기술 개발 확보가 축소될 수 있고 체계개발 통합 등 능력 확보 등에 있어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한국은 군사안보협력 차원에서 접근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산업협력 차원에서 보는 것 같다"며 "미국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텐데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은 이어 "일단 굉장히 좋은 출발이라는 점은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한국이 미국 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법·제도적으로 어떻게, 어떤 부분을 조율할지 섬세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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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한미가 실무협의를 이어가기로 한 원자력협정에 있어서도 조정이 필요하다. 지난 2015년 개정돼 2035년까지 적용되는 현행 원자력협정엔 '군사적 적용 금지' 조항이 있는데,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위해서는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평화적 이용'을 강조하고 있으며, 협정문에도 "어떠한 군사적 목적도 포함하지 아니한다"라고 명기돼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기존 협정도 손을 봐야 할 것"이라면서 "핵연료는 군사적 목적에 쓰기 때문에 기존 협정은 군사적 목적에는 적용되지 않아 조정해야 절차가 완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목적 배제' 항목을 빼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군용 핵연료와 관련해 별도의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현재 한미는 원자력협정과 관련해 전면 개정보다는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을 일본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방향에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농축에 있어서 미국과 서면합의를 통해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농축할 수 있으며 재처리에 있어서도 제약이 있지만, 일본은 20% 미만 농축과 재처리를 미국이 이미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포괄적 사전동의를 확보하고 있다.
소형 원자로의 연료인 농축 우라늄 확보 문제도 원자력협정 개정 과정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소형 원자로를 발전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군사적 목적의 소형 원자로를 만들려면 미국 측이 동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형 원자로와 농축 우라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더라도 핵추진잠수함을 개발하고 전력화하는 데는 8~10년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미국이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지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지원하면 핵추진잠수함 개발 속도는 훨씬 빨라질 수 있다.
이번 핵추진잠수함 도입 승인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드디어 숙원사업이 이뤄지는구나.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꿈이 실현되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중국 잠수함 추적 필요하다는 말로 트럼프를 설득한 건 탁월한 외교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요청 하루 만에 승인이라니, 한미동맹이 정말 강력하다는 걸 보여줬다"는 등 환영하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특히 "디젤잠수함의 한계를 넘어서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 "북한과 중국의 해양 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수개월 동안 잠항할 수 있다니 작전 능력이 비교가 안 되겠다"는 등 군사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게 걸린다. 전략자산을 외국에서 만드는 게 맞나", "핵심 기술을 우리가 확보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미국이 너무 구체적으로 관여하면 진짜 우리 잠수함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협정 개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 "8~10년이나 걸린다니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 "비용이 엄청날 텐데 예산 확보는 가능한가"라는 현실적인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핵확산 우려는 어떻게 해결할 건가", "주변국 반발은 없을까", "중국이 이걸 빌미로 한국을 압박하면 어떻게 하나"는 등 외교적 파장을 걱정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가 산업협력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게 좀 찝찝하다", "결국 미국 조선업 살리기 아니냐", "한화가 인수한 필리조선소 활용이라지만 결국 미국 이익이 우선 아닌가"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네티즌은 "일단 첫걸음을 뗐다는 게 중요하다", "이제 협상 과정에서 우리 이익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기술 독립은 필수다. 협상 잘해야 한다"며 향후 과정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시대가 열리면서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향후 한미 간 실무협의 과정과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 그리고 기술 확보 방안 등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