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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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폭 심의 7446건으로 28% 급증…"사소한 갈등도 학폭 될까" 불안 확산
  • "이게 진정한 교육" vs "사춘기 실수에 평생 낙인"…갈린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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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서울대학교 유튜브, 종합화 50주년, 경계를 넘어 세계로

 

"공부 잘한다고 인성까지 좋은 건 아니다." 방송인 박명수의 이 한마디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거점 국립대 6곳이 학교폭력(학폭) 전력이 있는 지원자 45명을 불합격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사회는 다시 한번 '학폭과 교육'이라는 오래된 딜레마 앞에 섰다.


5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거점 국립대 10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경북대·부산대·강원대·전북대·경상국립대 등 6곳은 학교폭력 전력이 있는 지원자에게 감점 조치를 적용해 총 45명을 불합격시켰다. 수시모집 37명, 정시모집 8명이다. 가장 많은 불합격자가 나온 곳은 경북대였다. 수시 19명, 정시 3명 등 총 22명이 학폭 전력으로 탈락했다. 경북대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모든 전형에 학교폭력 관련 조치 사항을 반영해 총점에서 감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감점 기준은 가혹하다. 13호(서면사과 등) 처분은 10점, 47호(사회봉사·출석정지 등)는 50점, 8~9호(전학·퇴학)는 무려 150점을 감점한다. 8호 이상 중징계를 받은 학생은 사실상 수능 만점을 받아도 합격선에 도달하기 어렵다. 부산대는 8명(수시 6명·정시 2명), 강원대는 5명(수시), 전북대는 5명(수시 4명·정시 1명), 경상대는 3명(수시), 서울대는 2명(정시)을 불합격시켰다. 반면 전남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는 학폭 감점을 반영하지 않아 불합격자가 없었다.


진짜 파장은 지금부터다. 2026학년도 대입부터는 모든 대학이 수시·정시 등 전형 유형과 관계없이 학교폭력 기록을 반드시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교육부가 2023년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른 조치다. 이는 2023년 정순신 당시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뒤늦게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고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 징계조치 8호(강제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정시모집을 통해 서울대에 합격해 논란을 빚었다.


대학별 반영 방식은 제각각이다. 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국어대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 학교폭력 가해자의 지원 자체를 제한한다. 서강대·성균관대는 '피해 학생 접촉 금지 조치(2호 처분)'를 받은 학생의 전형 점수를 0점 처리한다. 특히 교육대학의 칼날은 더욱 날카롭다. 서울교대, 부산교대, 경인교대, 진주교대 등은 2026학년도부터 학폭 이력의 경중과 관계없이 모든 전형에서 지원 자격을 제한하기로 했다. 1호(서면사과) 처분만 받아도 교사가 되는 길은 원천 차단된다는 의미다.


온라인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학폭 가해자를 걸러내는 게 대학의 책임"이라는 지지 여론과 "사춘기 시절 실수로 인생이 망가진다"는 우려가 맞섰다. 방송인 박명수는 지난달 31일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공부 잘하고 S대 간다고 인성이 좋은 게 아니다. 그런 흔적만 있어도 못 들어가게 해야 한다"며 경북대의 결정을 지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성범죄만큼 나쁜 죄가 학폭이다. 가해자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학교에 떨어졌다고 억울해할 자는 없을 것"이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과연 옳은 결정인가"라고 반문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당장에야 통쾌하다는 기분이 들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명한 판단인지는 의문"이라며 "사리 분별이 부족한 사춘기 시절 남학생들의 주먹다짐까지 모두 학폭으로 낙인찍고 대입까지 불이익을 주는 건 갱생의 여지를 너무 일찍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충분히 반성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더라도 대학 입시에서부터 사회 진입의 문이 막히면 오히려 절망감을 느끼고 반사회적 인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다른 누리꾼들은 "그럼 애초에 폭력을 안 하면 된다", "대학 입시에 영향을 줄 정도의 학폭이면 이미 중징계 수준이다", "본인 행동의 대가를 치르는 것뿐"이라고 맞섰다.


통계는 우려를 뒷받침한다.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7446건으로 전년(5834건) 대비 27.6% 증가했다. 학폭 기록 관리도 대폭 강화됐다. 1호~3호 처분은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지만, 4·5호 처분은 졸업 후 2년간 보존되며 6·7호 처분은 졸업 후 4년간 보존된다. 8호의 경우 예외 없이 조치 사항이 4년간 보존되며, 9호는 영구 보존된다.


학폭위 결정이 입시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자 심의 과정의 전문성 부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학폭위는 10인 이상~50인 이내로 구성되며 전체 위원 3분의 1 이상을 학부모로 위촉해야 한다. 상당수 비전문가인 학부모가 학생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 현장의 위축도 심각하다. 서울 정릉동의 한 고3 학생은 "쉬는 시간에 농구를 자주하는데 몸싸움이 생기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1년간은 농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고3 학부모는 "아이가 친구들과 대화할 때 비속어를 쓰더라"며 "이런 언행이 학교폭력으로 오해받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학폭의 대입 반영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제도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가 '가해와 처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엄벌주의 지지론은 명확하다.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평생의 상처를 남긴다. 가해자가 편안하게 좋은 대학에 가는 동안 피해자는 트라우마로 고통받는다. 이것이 정의인가?" 최근 수년간 미디어를 통해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끝나지 않는 고통이 알려졌다. 학교폭력이 피해자의 졸업 이후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한 고3 학부모는 "공부를 잘해도 인성이 엉망인 애가 있다. 기본 인성을 갖췄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생활에서 학폭 가해 학생들은 인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부모들이 입시에 목을 메고 있는 상황인만큼 이번 조치로 학폭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회복적 정의론은 다른 길을 제시한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인 노윤호 변호사는 "가해학생을 재학 중에 가시적으로 제재해 피해학생의 안전과 회복을 도와야 한다"며 "가해학생이 온당한 제재를 받은 후에는 일정한 선도 과정을 거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가해학생이 충분히 반성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진학·진로를 정상화할 기회를 부여하는 게 '회복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교육학자들도 우려를 표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2026학년도 대입부터 학교폭력 조치 사항은 단순한 참고사항이 아닌, 실질적인 당락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한다"며 "특히 상위권 대학일수록 조치 사항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의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학교장과의 친분이 있다거나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경우, 변호사를 대동해 적극 대응한 경우 등 여러 방법과 인맥을 동원해 학폭을 학교장 선에서 무마시키는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남구 옥동에 사는 한 학부모는 "주변 학폭 사건만 봐도 가해학생이 분명하고, 학습 분위기를 흐리더라도 솜방망이 처분으로 끝나고,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시간을 끌더라"며 "부모의 지위와 권력이 학폭 처리에 적용되는 세태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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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서울대학교 유튜브, 종합화 50주년, 경계를 넘어 세계로

 

실제로 학폭 처분을 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대입이 다가오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울산 중학교 동급생 폭행 사건 해당 학생 학부모는 울산강남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학폭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허종선 법무법인 한별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위원 구성에 경찰, 변호사, 청소년 상담 전문가, 교육행정 전문가 등의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진술서 작성 단계부터 사건 당사자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학기간 중 현역으로 대입에 도전하는 경우 1호 처분부터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심의 내용에 따라 7호 처분까지는 재수생 신분으로 대입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즉, 고3 때 학폭 처분을 받고 현역으로 대입에 실패한 학생이 재수를 거쳐 다시 도전할 경우, 기록이 삭제되어 불이익 없이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잘못을 했는데 재수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엄벌주의와 회복적 정의를 조화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교육학 교수는 "학교폭력의 대입 반영은 분명 예방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가해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과 선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피해학생의 치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학폭위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며 "학부모 위원의 비율을 줄이고 청소년 심리 전문가, 법률 전문가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학생의 미래가 걸린 문제를 비전문가가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입시 전문가는 "학생과 학부모는 학폭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인지하고, 사소한 갈등도 학폭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학교생활에서 친구들과 유대감, 친밀감을 가지고 존중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작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다. 한 피해자는 "가해자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많은데, 피해자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적다"며 "저는 여전히 악몽을 꾸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다. 가해자가 좋은 대학에 가서 잘 사는 모습을 보면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 부모는 "우리 아이는 학교폭력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봤다. 가해자는 그대로 학교에 다니며 공부했다"며 "이제야 대학들이 학폭 가해자를 걸러내기 시작했다는 게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5명. 2025학년도 입시에서 학폭 전력으로 대학 문턱을 넘지 못한 숫자다. 2026년부터는 이 숫자가 훨씬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한국 사회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엄벌주의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교육의 본질인 회복과 성장의 기회를 줄 것인가. 어쩌면 이것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가해자에게는 명확한 책임을 묻되, 진정한 반성과 변화의 기회를 주는 것. 피해자에게는 충분한 치유와 보호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


2026년 대입을 앞둔 고3 학생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긴장하고 있다. "혹시 내가 한 행동이 학폭으로 신고될까?"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이 내 인생을 바꿔버릴까?" 대학이 선을 그은 45명.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국 교육이, 한국 사회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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