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 월드컵 영웅, 1억3천만원 변제 않고 연락 두절…일본 언론도 주목
- 이천수 측 "사기 아냐, 돌려줄 의사 있다" 반박
관련사진 = 이천수 SNS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천수(44)가 수억원대 사기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4일 이천수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제주 서귀포경찰서에 접수된 고소장은 이후 상급 기관인 제주경찰청으로 이관됐으며, 경찰은 지난달 25일 고소인 조사를 완료한 상태다.
고소인은 이천수와 평소 호형호제하며 가깝게 지내던 오랜 지인 A씨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친밀한 관계였지만 금전 문제로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천수는 2018년 11월 A씨에게 처음 생활비를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이천수는 "현재 수입이 일정치 않아 생활비가 필요하다. 수년 내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축구교실도 운영할 예정이니 늦어도 2023년 말까지 모두 갚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천수의 요청을 받은 당일 이천수 배우자 계좌로 300만원을 송금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4월 2일까지 총 9차례에 걸쳐 1억 3200만원을 보냈다.
A씨 측은 "이천수가 2021년 가을부터 연락을 끊었으며, 약속한 2023년 말 기한까지 단 1원도 변제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도 이천수로부터 어떠한 연락이나 변제 의사 표명이 없었다는 것이 A씨의 입장이다.
고소장에는 생활비 차용 외에도 더 큰 규모의 투자 사기 의혹이 포함됐다. A씨는 "이천수가 2021년 4월경 '내가 잘 아는 동생 B씨가 외환선물거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무실을 방문해보니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천수는 "나를 믿고 B씨에게 5억원을 투자해주면 매달 수익금을 배분해주고, 원금 반환을 원하면 언제든 반환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실제로 B씨에게 총 5억원을 송금했다. B씨는 처음 1~2개월 동안 수익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했으나 이후 중단했고, A씨가 원금 반환을 요청하자 1억 6000만원만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A씨는 3억 4000만원의 피해를 본 셈이다.
A씨는 B씨로부터 대여금 반환을 약속하는 자백서를 받아 계좌 이체 내역과 함께 고소장에 첨부한 상태다.
이천수 측은 "상대방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A씨가 그 당시 돈을 많이 벌 때여서 그냥 쓰라고 준 돈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돈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사기 혐의가 성립되려면 기망(속이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사기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A씨 측에 돈을 돌려줄 의사는 있다"고 덧붙였다. 5억원대 투자 권유 건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천수 측은 "B씨를 소개해주거나 투자하라고 권유한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천수는 1981년 7월 9일생으로 선수 시절 포지션은 윙어였다. 2000년 AFC 아시안컵 예선 라오스전으로 A매치 데뷔를 했으며, 2002년 FIFA 월드컵 전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밀레니엄 특급'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002년 FIFA 월드컵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대한민국의 4강 진출에 기여했고, 2006년 FIFA 월드컵 토고전에서 프리킥 골을 넣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다.
2002년 울산 현대에 입단해 프로 데뷔골을 기록했고, 2002년 FIFA 월드컵 직후 레알 소시에다드에 이적하면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한 첫 한국인 선수가 됐다. 이후 누만시아(스페인), 울산 현대, 페예노르트(네덜란드), 수원 삼성, 전남 드래곤즈,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 오미야 아르디자(일본), 인천 유나이티드 등을 거쳤다.
2009년 전남 드래곤즈 시절 자신의 골을 오프사이드로 선언한 부심에게 주먹감자를 치켜드는 행동으로 6경기 출장 정지와 600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 같은 해 박항서 감독의 포항 원정 동행 지시를 거부하며 코칭스태프와 언쟁을 벌였고, 김봉수 골키퍼 코치와는 주먹다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군행 지시를 불이행하고 무단 이탈해 결국 K리그에서 임의탈퇴 공시됐다. 2010년에는 알 나스르 구단을 상대로 8억원의 임금 체불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관련사진 = 이천수 SNS
2015년 11월 28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은퇴 후에는 축구 행정가로 활동하다가 방송인으로 전향했으며, 현재 구독자 78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운영 중이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이천수축구클럽'이라는 유소년 축구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축구 전문 매체 '사커다이제스트'는 최근 이 사건을 상세히 다루며 "한국 대표팀의 레전드 이천수가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한국 언론이 일제히 이 소식을 전했다. 고소인은 이천수의 오랜 지인 A씨로, 금전 문제로 관계가 악화됐다"며 사건 경위를 상세히 전했다.
일본 현지 네티즌들은 이천수의 과거 활약상을 떠올리며 의아함을 표했다. "2002년 월드컵의 영웅이 왜 생활비를 빌렸나", "수십억원을 벌었을 텐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이천수는 국내 무대에서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았고, 스페인·네덜란드·사우디아라비아·일본 등 해외 리그에서도 활약하며 적지 않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천수는 2010~2011시즌 일본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에서 뛰었으며, 당시 일본 축구팬들에게 '리춘수'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천수의 사기 혐의 입건 소식에 실망감을 표하는 반응이 많았다. "2002년 월드컵의 영웅이 이런 일로 뉴스에 나오다니 안타깝다", "생활비 명목으로 1억 넘게 받고 안 갚았다는 게 사실이면 심각한 문제다", "유튜브로 돈 벌고 있으면서 왜 안 갚았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예전부터 논란이 많았던 선수였다", "선수 시절에도 문제가 많았는데 은퇴 후에도 계속 사고를 치네", "이런 식으로 2002년 월드컵 영웅들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게 안타깝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차용증이 없으면 빌린 건지 받은 건지 증명이 어렵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에게 접근해서 용돈 주듯이 돈 주다가 나중에 사기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 혐의 단계인데 너무 단정짓지 말자"는 의견도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는 "이천수가 아무리 예전에 문제가 많았지만 유튜브하면서 점점 바뀌는 모습 보여줬는데 저렇게 안하무인식으로는 안 할 것 같다", "고소한 사람이 투자 사기를 치려다가 실패해서 준 돈 기반으로 고소한 걸로 보인다"는 등 이천수 편을 드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1억 3천만원보다 5억원대 투자 사기 의혹에 더 주목했다. "1억은 애매할 수 있지만 5억 투자 권유는 명백한 범죄 아니냐", "외환선물거래가 사기 수법으로 많이 쓰이는데 그걸 권유했다는 게 사실이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이천수 측이 투자 권유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진실 공방이 예상된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고소장 내용에 대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양측의 주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혐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천수에 대한 피의자 조사 일정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수가 조사에 응해 자신의 입장을 상세히 밝힐지 주목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 행위, 착오, 재산 교부의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천수 측이 주장하듯 "그냥 쓰라고 준 돈"이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지만, A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생활비 명목으로 빌리며 2023년까지 갚겠다"고 약속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차용증이나 문자메시지, 녹음 등 객관적 증거가 얼마나 확보됐느냐가 사건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5억원대 투자 권유 건은 이천수가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A씨가 제출한 자백서와 계좌 이체 내역 등이 핵심 증거가 될 전망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에서 수억원대 사기 혐의로 입건되기까지, 이천수의 인생 역정은 극적이다. 선수 시절 '풍운아'로 불리며 실력만큼이나 논란도 많았던 그는 은퇴 후 방송인과 유튜버로 제2의 인생을 살아왔다. 구독자 78만명의 유튜브 채널과 축구교실 운영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금전 분쟁으로 마무리될지, 아니면 실제 사기죄로 기소될지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이천수가 과연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그리고 그의 주장이 수사 과정에서 어떻게 입증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