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 3차례 소환 불응·압수수색 거부 끝에 강제 체포
- 48시간 내 구속영장 청구 전망
참고사진 = 황교안 前 총리 SNS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를 적극 지지하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올린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내란 선전·선동 혐의로 전격 체포됐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2일 오전 황 전 총리 자택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으며, 48시간 이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소재 황 전 총리 자택에 진입해 변호인 입회 후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동시에 압수수색 영장도 함께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이 황 전 총리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은 그가 수차례 조사 협조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세 차례에 걸쳐 황 전 총리에게 조사를 위한 출석을 요구했으나, 황 전 총리는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고 모두 불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을 때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체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통상 3회 소환 불응 시 체포 등 강제 수단을 검토하는 것이 관례다.
특검팀은 앞서 지난달 27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황 전 총리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황 전 총리가 자택 출입문을 잠그고 영장 집행을 거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특검 수사관들은 수 시간 동안 자택 앞에서 대기했지만 결국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과 체포영장의 법적 강제력은 다르다"며 "체포영장은 신체 구속을 수반하기 때문에 물리력 행사가 가능하지만, 압수수색 영장만으로는 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 없어 사실상 피의자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 전 총리가 수사 대상이 된 핵심 이유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일련의 게시물 때문이다. 그는 계엄 선포 당일 오후 11시경 페이스북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지금은 나라의 혼란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나라를 망가뜨린 종북주사파 세력과 부정선거 세력을 이번에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어 "부정선거 세력도 이번에 반드시 발본색원(뿌리를 뽑고 근원을 살핌)해야 한다"며 "강력히 대처하시라. 강력히 수사하시라. 모든 비상조치를 취하시라.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함께 가시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황 전 총리는 별도 게시물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며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고까지 적었다. 당시 우원식 의장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안건을 처리하고 있었고,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실 인근에서 계엄 철회를 촉구하던 상황이었다.
이 같은 게시물은 계엄 선포에 대한 단순 의견 표명을 넘어 국회의장과 여당 대표에 대한 체포를 선동했다는 점에서 내란죄 구성요건 중 '내란 선전·선동'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리적 판단이 제기됐다. 형법 제87조(내란)는 "국토를 참절(잠시 빼앗음)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를 처벌하며, 제89조(선전·선동)는 "내란의 목적으로 선전 또는 선동한 자"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형법학계에서는 내란의 '선전·선동'을 "다수인에게 내란 실행을 촉구하거나 내란에 대한 찬동 분위기를 조성하는 행위"로 해석한다. 단순히 의견을 표명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으로 내란 행위를 독려하거나 지지하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와 내란 선동의 경계는 미묘하다"며 "다만 황 전 총리의 경우 국회의장과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 촉구, '모든 비상조치'를 취하라는 표현 등이 단순 의견 개진을 넘어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황 전 총리가 전직 국무총리이자 법조인 출신으로서 자신의 발언이 갖는 파급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 계엄 선포 직후 시의적절하게 게시물을 올려 계엄 지지 여론을 형성하려 했다는 점 등을 입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전 총리는 한국 보수 정치의 중진으로,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 검사로 재직했으며, 법무부 장관(20132015), 국무총리(20152017)를 역임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2017년 퇴임 후 정계에 입문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지냈으며, 2022년 대선에서는 보수 진영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당시 그는 강경 보수 노선을 표방하며 지지층을 형성했으나, 윤석열 후보의 약진으로 중도 사퇴했다.
황 전 총리는 평소 SNS를 통해 적극적인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해왔다. 특히 페이스북 팔로워 수가 30만 명을 넘을 정도로 보수 진영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의 계엄 지지 발언은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라 보수 진영 내부에 계엄 찬성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조인 출신이 '체포하라'는 식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법률적 의미를 정확히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싼 일련의 내란 수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25분경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는 "국회를 장악한 반국가 세력으로부터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며 국회 기능 정지, 정당 및 정치 활동 금지, 언론 및 출판 통제 등을 골자로 한 계엄령을 발표했다.
참고사진 = 황교안 前 총리 SNS
그러나 국회는 계엄 선포 약 2시간 반 만인 12월 4일 새벽 1시경 재적의원 과반(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고, 윤 전 대통령은 새벽 4시 30분경 계엄을 해제했다. 이후 국회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다. 동시에 검찰과 특검은 계엄 선포 과정에서의 내란죄, 외환죄(외국과 통하여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죄)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과 당시 국방부, 경찰청, 국정원 고위 간부들을 소환 조사했으며, 일부는 구속 상태다. 황 전 총리는 직접적인 계엄 실행 주체는 아니지만, SNS를 통해 계엄을 지지하고 특정 인물에 대한 체포를 선동했다는 점에서 '선전·선동'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다.
황 전 총리 수사의 법적 근거는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및 외환 의혹 사건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내란 특검법)이다. 이 법은 특검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비상계엄 선포 건의 및 구금시설 마련 ▲내란 목적의 살인·예비·음모 ▲내란 선동·선전 등의 범죄 혐의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검팀은 황 전 총리의 페이스북 게시물이 '내란 선전·선동'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경찰에 제기한 고발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다. 특검 관계자는 "계엄 선포 당시 사회 혼란 상황에서 전직 총리가 국회의장과 여당 대표에 대한 체포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구체적인 경위와 의도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체포된 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내 특검 사무실로 이송됐다. 특검팀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와 혐의에 대한 조사를 거쳐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체포 영장의 효력은 48시간으로 제한되며, 이 기간 내에 검사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 만약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거쳐 구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황 전 총리가 이미 두 차례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세 차례 소환에 불응한 점을 고려하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인정돼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전직 총리라는 지위와 법조인 경력을 감안하면 도주 우려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수차례 수사에 불응하고 영장 집행을 거부한 이력이 있어 법원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황교안 전 총리 체포 소식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반응은 정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진보 성향 네티즌들은 "내란 선동한 사람이 이제야 잡혔다", "국회의장 체포하라고 한 건 명백한 내란 선동", "전직 총리가 계엄 찬양하다니 법치 의식이 없는 것", "압수수색 두 번이나 거부한 거 보면 숨길 게 많은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보수 성향 네티즌들은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정치 보복", "SNS 글 하나로 체포는 과도한 처사", "좌파 정권의 적폐 청산 프레임", "전직 총리를 이렇게 다루는 게 맞나" 등 특검 수사를 비판하는 댓글을 올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의견 표명과 선동의 경계가 애매하다", "법원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정치적 발언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건 신중해야" 등 중립적 입장을 표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핵심 가치지만, 내란이라는 중대 범죄를 선동하는 발언은 보호받기 어렵다"며 "구체적 상황과 맥락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정치적 의견 표명에 대한 형사처벌은 매우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황 전 총리의 게시물이 실제로 내란을 선동할 만한 구체적 위험성이 있었는지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검팀은 황 전 총리를 상대로 ▲페이스북 게시물 작성 경위 ▲계엄 선포에 대한 사전 인지 여부 ▲윤 전 대통령 측근과의 연락 내역 ▲게시물 작성 의도 등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황 전 총리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며, 기각되면 불구속 상태로 수사가 이어진다. 내란죄는 형법상 최고형이 사형인 중죄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황 전 총리 사건이 향후 12·3 계엄 관련 수사의 확대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이 직접 계엄 실행에 관여하지 않은 인물까지 '선전·선동' 혐의로 입건한 만큼, 당시 계엄을 지지한 다른 정치인이나 유명인들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을 두고 여야 공방이 격화될 전망이다. 야당은 "계엄 찬동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반면, 여당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견에 대한 탄압"이라는 반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