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이라 모를 수 있다" vs "한국에서 오래 살았는데"
-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개인을 구분해야
참고사진 = 알베르토 SNS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41)가 일제강점기를 두고 "양쪽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알베르토는 26일 "경솔한 발언이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함께 출연했던 배우 송진우와 유튜브 채널 '354 삼오사' 제작진도 잇따라 고개를 숙였다.
논란은 지난 25일 유튜브 채널 '354 삼오사'에 공개된 영상에서 시작됐다. 해당 영상에는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 배우 송진우가 출연해 국제 결혼과 자녀 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인 아내와 결혼해 혼혈 자녀를 두고 있는 송진우는 자녀 교육에 대해 언급하며 "(자녀에게) '옛날에 (한국과 일본) 둘이 싸웠어'라 말해준다"고 했다. 송진우는 "애들이 일본 피가 섞여있으니까 나중에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 주변에 상처받았던 애들이 사례가 있다. 어떤 애들은 돌 맞기도 하고 '일본 사람' 하고 돌을 던졌다는 사례가 있다"며 자녀가 학교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이에 알베르토 몬디는 "우리 (아들) 레오도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서 '엄마 일본 사람들이 진짜로 나빴다'고 한다"면서도 "가족 중에 일본인도 있어서 '양쪽 얘기도 들어봐라'라고 해줬다"고 거들었다. 알베르토는 "아들이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 책을 읽다가 '일본 사람들이 진짜 나빴다'라고 말하면 '옛날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유카리 이모(남동생의 일본인 아내)도 일본인이다'라고 알려준다. 일본 사람이 나쁜 게 아니고 역사다, 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일본이 일방적으로 침략, 수탈한 것", "어떻게 양쪽 입장을 들으란 말을 하나", "유대인한테도 나치 입장 들어봐야 한다고 말할 수 있나"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일제강점기는 일본이 한국을 일방적으로 침략하고 식민 지배한 역사적 사실로, 피해-가해 관계가 명확한 사건이다. 따라서 이를 "싸웠다"거나 "양쪽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거나 축소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일부 시청자들은 국민신문고에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등 파장이 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식민지 된 걸 싸웠다고 하네", "일본이랑 조선이 싸운 게 아니라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거라고 알려줘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시작되자 제작진은 처음에는 문제가 된 부분을 조용히 편집했다. 하지만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영상 전체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26일 새벽, '354 삼오사' 제작진은 채널 게시판을 통해 장문의 입장문을 게재했다. 제작진은 "11월 25일 업로드된 영상에서 제작진의 잘못으로 출연자의 발언이 다른 의미로 전달되게 된 내용이 있어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며 "출연자들의 발언이 마치 특정 사실을 왜곡하고,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는 것처럼 비추게 한 저희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제작진은 "'한국과 일본이 싸웠다'는 표현은 일본의 침략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축소하거나 왜곡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편집 흐름상 단순 분쟁처럼 들릴 수 있는 뉘앙스로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또한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말 또한 역사를 양비론적으로 보자는 의미가 아니었고, 다양한 사회적 역사적 상황을 바라볼 때 여러 관점을 이해하는 태도를 지니는 게 좋다는 의미를 일반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짚었다.
참고사진 = 알베르토 SNS
제작진의 해명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함께 출연했던 송진우가 수습에 나섰다. 그는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많은 분들께 상처와 실망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송진우는 "역사를 왜곡하여 아이들을 교육하고, 보호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아이의 시선에 맞춰 설명하겠다는 의지가 앞서 '싸웠다'라는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 사이에서 부모의 국적 때문에 생긴 혐오감이 아이들에게 무분별한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변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런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며 "아이에게 '역사적 사실은 정확히 알고 이해하되,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라는 가르침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진우의 사과문은 또다시 논란이 됐다. 해당 사과문을 제작진의 사과문과 자신의 SNS 계정에 3년 전 게시된 게시글에 댓글로 남겼기 때문이다. "사과를 댓글로 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송진우는 결국 정식 게시글로 사과문을 다시 올렸다.
송진우는 "제 표현이 더욱 신중하고 정확했어야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떠한 변명도 없이 제가 잘못한 부분"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나라의 잊어선 안 되는 역사를 제 불찰로 인해 잘못 표현하고 상처와 실망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알베르토 몬디는 26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문의 사과문을 공개했다. 알베르토는 "최근 공개된 삼오사 영상에서 제 발언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불편함과 실망을 드렸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의 역사 문제는 수많은 분들의 아픔과 기억이 깃들어 있는 매우 무거운 주제다. 그럼에도 저는 그 무게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경솔한 발언을 했고 이는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고 인정했다. 알베르토는 "이번 일을 통해 깊이 돌아보게 됐다"며 "앞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하며, 제 아이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도록 역사와 맥락, 그 의미를 깊이 공부하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저의 부족한 말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알베르토 몬디는 1984년 1월 17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났다. 이탈리아 카 포스카리 베네치아 대학교에서 동아시아문화학 중어중문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생 시절 1년 간 중국 다롄 외국어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다. 2007년 중국 유학 중 만난 한국인 여성(현재 아내)을 만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배를 타고 강원도 속초로 한국에 첫 입국했다. 이후 한국에 정착해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인턴, 이탈리아어 강사,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 이탈리아 맥주회사 페로니 영업직, 자동차 회사 영업직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2014년 우연한 기회로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면서 방송인으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제작진은 100명이 넘는 외국인을 인터뷰했는데, 알베르토는 평범한 직장인임에도 '비정상'일 만큼 행복지수가 매우 높아 캐스팅됐다고 한다. 비정상회담을 통해 지적이면서도 유쾌한 면모로 인기를 얻었고, 이후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톡파원 25시', EBS '조식포함', '자기야 백년손님'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2016년 6월 3일, 알베르토는 이탈리아의 위상을 높인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주는 "이탈리아의 별 훈장" 6등급을 받았다. 주한이탈리아대사관에 따르면 한국과 이탈리아 사이의 문학적,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고, 이탈리아와 이탈리아인에 대한 긍정적이고 다이나믹한 이미지를 한국 사회에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베르토는 현재 독일 출신 다니엘 린데만, 인도 출신 럭키와 함께 유튜브 채널 '354 삼오사'를 운영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또한 2022년부터 서울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인수하여 운영 중이다. 한국인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 레오나르도(한국명 레오)가 있으며, 가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다. 에세이 '널 보러 왔어', '이탈리아의 사생활' 등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온라인에서는 "식민지 된 걸 싸웠다고 하네", "일본이랑 조선이 싸운 게 아니라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거라고 알려줘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유대인한테도 나치 입장 들어봐야 한다고 말할 수 있나", "피해자-가해자가 명확한 역사를 양비론으로 만드는 것", "역사 왜곡을 교육이라고 포장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외국인이라 한국 역사를 잘 모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알베르토는 2007년부터 한국에 거주하며 18년을 살았고,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자녀까지 둔 사람인데 이 정도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라는 반박이 나왔다.
송진우의 경우 일본인 아내와 결혼해 혼혈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의 고민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서 표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녀가 학교에서 차별받을까 걱정되는 건 이해하지만, 역사를 '싸웠다'고 표현하는 건 잘못됐다", "오히려 자녀에게 정확한 역사를 가르치되, 현재의 일본인들을 미워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게 맞다"는 지적이 있었다.
사과 이후에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댓글로 사과하는 송진우의 태도는 문제", "편집 탓으로 돌리는 제작진도 문제"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반면 "외국인이 완벽하게 한국 역사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사과했으면 됐다",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일제강점기가 단순한 '분쟁'이나 '전쟁'이 아니라, 일본이 한국을 일방적으로 침략하고 식민 지배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이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5년간 일본은 한국의 주권을 빼앗고 강제 징용, 위안부, 창씨개명, 민족말살정책 등을 자행했다. 이는 피해자-가해자 관계가 명확한 사건으로, "양쪽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식의 양비론으로 접근할 수 없는 역사다.
물론 알베르토와 송진우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은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일본인 개인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알베르토는 "일본 사람이 나쁜 게 아니고 역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양쪽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표현한 것이 문제였다. 역사적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양쪽 얘기"가 있을 수 없고, 침략과 수탈이라는 명확한 사실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역사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특히 일제강점기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민감한 주제로, 이를 가볍게 다루거나 왜곡하는 것은 큰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방송인들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알베르토처럼 18년간 한국에 거주하며 방송 활동을 해온 인물이라면 더욱 그러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다문화 가정에서 자녀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촉발했다.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가르치되, 현재의 개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잡힌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작진이 이런 민감한 내용을 사전에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방송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특히 '354 삼오사'는 구독자 41만 명을 보유한 대형 채널로,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당 영상은 현재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알베르토, 송진우, 제작진 모두 사과했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알베르토는 "앞으로 역사와 맥락, 그 의미를 깊이 공부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송진우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그리고 사실만을 말씀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제작진 역시 "앞으로는 더 신중하게 편집하고 검수하겠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작 과정 전반을 강화하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번 사건이 한국 사회에서 역사 교육과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