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일 만에 경질된 신태용 vs 울산 선수단, '뺨 때리기' 영상 둘러싼 진실공방
- "애제자에 장난" vs "당한 사람이 폭행이라 느끼면 폭행"
참고사진 = 울산 HD 유튜브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를 둘러싼 폭행 논란이 연일 확대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정승현 등 울산 선수단이 신태용 전 감독의 폭행과 부당 대우를 공개적으로 폭로한 데 이어, 1일 신태용 감독이 강력히 반박하며 진실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울산 HD의 역대급 몰락이 있다. K리그1 3연패를 달성하며 왕조를 구축했던 울산은 2025시즌 들어 급격한 성적 부진에 빠졌다. 7월 김판곤 감독을 경질한 울산은 8월 5일 소방수로 신태용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 체제는 불과 65일 만에 막을 내렸다. 데뷔전 승리 이후 리그 7경기 무승, 최종 1승 3무 4패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10월 9일 경질됐다.
당시 울산은 강등권인 10위까지 추락한 상태였다. 디펜딩 챔피언이 승강 플레이오프를 걱정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였다. 경질 직후 신태용 감독은 여러 방송사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바지 감독'이었고, 일부 고참 선수들이 구단과 직접 소통해 자신을 축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정 버스에 실린 골프백 사진이 내부 제보로 유출됐다고 밝혀 논란이 증폭됐다.
선수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경질된 후 치른 첫 경기에서 베테랑 이청용이 골을 넣고 골프 스윙 동작을 하는 '골프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는 신태용 감독의 골프백 논란을 정면으로 조롱하는 것으로 해석됐고, 당시 여론은 오히려 울산 선수들을 향해 부정적으로 기울었다.
울산은 천신만고 끝에 11월 30일 최종전에서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그리고 강등권 싸움이 끝나자마자 선수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수비수 정승현은 제주전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신태용 감독으로부터 폭행과 부당 대우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정승현은 "요즘 시대와 좀 맞지 않고, 성폭력이든 폭행이든 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받은 사람 입장에서 그게 폭행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라며 "나뿐 아니라 많은 선수가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셨다. 부모님이 보셔도 속상하실 거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정승현이 언급한 것은 신태용 감독이 울산 부임 직후 선수단과 첫 만남에서 정승현의 뺨을 손바닥으로 친 장면이다. 해당 영상은 신태용 감독 경질 후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에 퍼지며 논란을 일으켰다. 울산 구단이 자체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확보한 영상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승현은 뺨을 맞은 것 외에도 다른 부당한 대우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너무 많아서 생각이 잘 안 난다. 여러 가지가 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다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며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선수들은 정말 아주 힘든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고 밝혔다. 신태용 감독이 선수 귀에 대고 호루라기를 불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다 맞는 얘기니까 그 이야기가 나왔겠죠"라며 사실임을 시사했다. 그는 "주장단과 구단이 협의해 입장문을 통해 정확하게 전달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울산 유스 출신으로 일본 사간 도스, 가시마 앤틀러스, 아랍에미리트 알와슬 등 해외 리그를 경험한 정승현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신태용 감독의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지 강조했다. 그는 "중동 구단이었다면 바로 경질됐을 겁니다. 축구계를 떠나서 어디서도 있어선 안 될 일들이었어요"라고 잘라 말했다.
정승현은 실제 사례도 소개했다. "내가 전에 있던 중동 팀에서는 쿠데타 아닌 쿠데타가 있었다. 몇 개월 전에 감독이 선수들에게 욕을 하고 강하게 선수들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많이 해서 선수들이 감독과 함께하지 못하겠다고 해서 바로 경질됐다"며 "해외 리그에서 신 감독처럼 행동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정말 쇼크였겠죠"라고 전했다. 그는 신태용 감독과의 마찰이 울산의 성적 하락에도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선수는 축구, 시합, 훈련에 집중해야 하는데 정말 많은 선수가 훈련과 시합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며 "외적인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말했다.
정승현은 신태용 감독의 경질 후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도 "굉장히 당황했다. 모든 선수가 그 발언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며 "그런데 K리그1 잔류를 위한 중요한 시기여서 말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정승현의 폭로가 나온 다음 날인 1일, 신태용 감독은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 스위스 호텔에서 열린 2025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아들 신재원이 K리그2 베스트11 풀백 부문에 선정돼 축하하러 온 자리였지만, 취재진의 관심은 온통 폭행 논란에 쏠렸다.
신태용 감독은 "몇 년 만에 한 팀에서 만나게 돼 반가웠다.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하지만 곧바로 "그래도 예전에 말했듯 폭행은 없었다. 있었다면 감독 은퇴하겠다"고 강력히 선을 그었다. 그는 "누가 보자마자 폭행을 하나. 애제자라고 생각해 장난을 쳤는데 조금 표현이 과하지 않았나 싶다"고 해명했다. 신태용 감독은 정승현과 과거 올림픽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사이로, 오랜만에 재회한 제자에게 친근함의 표현으로 스킨십을 했을 뿐 폭행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울산 구단이 조만간 입장문을 발표한다는 언급에 대해서는 "기다려볼 것이다. 어떤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태용 감독은 경질 직후 여러 인터뷰에서 "제 축구 철학은 선수들에게 쌍욕과 폭행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소위 형님 리더십이라고 하잖아요. 인도네시아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는 선수들과 장난치며 가까워졌어요. 울산에서도 처음에 서먹하니 몇몇 선수들에게 장난을 친 건 맞아요"라고 밝힌 바 있다.
신태용 감독과 함께 사퇴한 김광국 전 울산 HD 대표이사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김 전 대표는 "골프 논란은 부차적인 문제였고, 진짜 원인은 리더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첫 훈련부터 우려가 있었습니다. 선수들에게 '이 새X'라며 퉁치는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욕설과 신체 접촉은 절대 안 된다는 공문까지 보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선수들은 신 감독의 훈련이 현대축구와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이건 중고등학생 수준의 훈련이다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신태용 감독과 울산 선수단의 갈등은 여러 사건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가장 큰 논란은 원정 버스 짐칸에 실린 골프백 사진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골프 가방을 성남 집에 보내려고 구단 버스에 실었을 뿐, 본인은 선수들과 KTX를 탔다"며 "선수 중 한 명이 사진을 찍어 구단에 제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원정 때마다 골프를 쳤다면 평생 감독을 안 하겠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참고사진 = 울산 HD 유튜브
결정타는 상하이 원정 후 기자회견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8강, 4강 도전에 나서고 싶다"고 발언했고, 이는 선수단에 큰 충격을 줬다. 한 고참 선수가 선수단 회의를 소집해 "감독이랑 같이 못 갈 것 같은 애들 손들어"라고 했고, 이 내용이 대표이사에게 전달돼 경질로 이어졌다는 것이 신태용 감독의 주장이다.
주장 김영권은 같은 날 믹스트존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저는 좀 참겠다. 구단과 얘기할 것이 남았다"며 "또 자리가 생기면 그때 내 얘기를 하겠다. 더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말해 추가 폭로 가능성을 시사했다. '골프 세리머니'로 신태용 감독을 저격했던 이청용 역시 "누가 더 진솔한지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잔류라는 목표를 달성한 다음에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며 시즌 종료 후 진실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양측의 주장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초반 골프백 논란과 이청용의 세리머니로 선수단에 비판적이었던 여론은 정승현의 구체적인 폭로 이후 다시 요동치고 있다. "정승현이 구체적으로 증언한 만큼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중동에서도 바로 경질될 일이라는데 K리그는 이게 문제가 아닌가", "당한 사람이 폭행이라고 느끼면 폭행이 맞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애정 표현과 폭행을 구분 못 하나", "신태용이 폭행할 사람이 아니다", "골프백 사진도 내부 제보였던 걸 보면 선수단이 문제"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부 네티즌들은 "둘 다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신태용은 전술 능력 부족, 선수단은 과도한 영향력이 문제", "울산 구단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며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김판곤도, 신태용도 실패한 걸 보면 울산 내부 문제가 심각하다", "선수단이 너무 강한 게 아니냐", "차기 감독은 누가 맡으려 하겠나"는 우려도 제기됐다. 반면 "신태용 시절 1승밖에 못 했는데 선수 탓만 하나", "성적이 답이다. 신태용이 잘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울산 구단은 주장단 및 이청용과 협의해 조만간 공식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승현은 "잘못된 건 잘못된 걸 확실하게 알려드려야 되는 부분"이라며 구단 차원의 정확한 입장 표명을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감독과 선수단의 불화를 넘어 K리그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폭언과 폭행에 대한 기준, 선수단의 과도한 영향력, 구단의 관리 시스템, 감독 선임 과정 등 여러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한 축구 전문가는 "신태용 감독의 리더십 방식이 현대 축구와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울산 선수단의 영향력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구단이 이번 기회에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폭행 여부는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 장난과 폭행의 경계는 상대방이 어떻게 느꼈느냐가 중요하다"며 "다만 성적 부진과 별개로 이런 논란이 증폭된 것은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K리그1 3연패의 왕조가 강등권까지 추락한 울산 HD. 신태용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진실공방은 구단의 공식 입장 발표와 함께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축구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도자와 선수 간 관계, 구단 운영 방식 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