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살 아역부터 74세까지, 69년 스크린을 지킨 전설
- '만다라'부터 '실미도'까지...한국 영화사의 랜드마크

참고사진 = 아티스트컴퍼니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배우' 안성기가 5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7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응급실로 이송된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안성기는 2019년부터 혈액암 투병을 해왔으며 2020년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추적 관찰 과정에서 암이 재발하면서 최근까지 치료에 전념해왔다. 배우 박중훈은 지난해 방송에서 안성기 선배의 건강이 매우 안 좋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22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투병 사실을 직접 밝힌 그는 건강을 되찾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했다.
2023년까지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였으나, 2024년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투병에 전념했다.
안성기는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에 아역배우로 출연하며 영화계에 데뷔했다. 69년간 170편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1959년 8살 때 김기영 감독의 '10대의 반항'에서 소매치기 역으로 출연해 문교부 우수국산영화상 소년연기상과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소년특별연기상을 수상했다.
아역 시절에만 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천재 아역으로 불렸다.
학업과 군 복무를 거친 후 1977년 '병사와 아가씨들'로 성인 배우로 복귀했다. 아역 출신은 성인 배우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고, 1980년대 한국 영화의 뉴웨이브를 이끈 주역이 됐다.
길 위의 구도를 그린 '만다라'(1981·임권택 감독)와 한국 코미디 영화의 새장을 연 '투캅스'(1993·강우석), '인정사정 볼것 없다'(1999·이명세), '화장'(2015·임권택) 등에 출연했다.
1980년대에는 '바람 불어 좋은 날', '만다라', '꼬방동네 사람들', '고래사냥', '칠수와 만수' 등으로 시대의 얼굴이자 한국 영화의 깊이를 증명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남부군', '하얀전쟁', '투캅스', '태백산맥',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로 전성기를 완성했다.
2000년대 이후에도 그의 존재감은 흔들리지 않았다. 51세에 영화 '실미도'(2003)의 냉철한 군인 역을 맡아 한국 영화 최초 '천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
"날 쏘고 가라"는 대사는 전 국민의 유행어가 되었다. 2006년 '라디오스타'에서는 퇴물 가수의 매니저 역으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고, 2011년 '부러진 화살'에서는 지식인의 고뇌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1982년과 2012년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첫 주연상과 마지막 주연상 사이에 무려 30년의 시간 차를 기록했다.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에 걸쳐 주연상을 수상한 유일한 배우였다.
안성기는 성인 배우 이후 TV 드라마 출연을 극히 자제했다. 한국 영화 최고 스타로서 한국 영화를 위해 TV 드라마 출연을 자제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역할이라도 한국 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겠다는 신념으로 영화 외길을 걸었다.
1991년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임명됐으며, 38년간 특정 커피 브랜드 모델로 활동한 기록은 그의 신뢰감을 증명한다. 2024년에는 대한민국예술원 영화분과 회원으로 선출되었으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한국 영화계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선봉에 서서 후배들을 이끈 든든한 '큰형님'이었다. 스크린쿼터 수호천사단장,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맡으며 영화계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참고사진 = 아티스트컴퍼니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는 "안성기는 연기에 대한 깊은 사명감과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대한민국 대중문화 역사와 함께해왔다. 그의 연기는 언제나 사람과 삶을 향해 있었으며, 수많은 작품을 통해 시대와 세대를 넘어 깊은 울림과 위로를 전해줬다"고 추모했다.
배우 신현준은 인스타그램에 "사랑합니다 선배님"이라는 글을 남기며 "임권택 감독님의 영화 '태백산맥'에서 김범우(안성기 분)의 제자 정하섭(신현준 분)으로 처음 작품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바라요", "좋은 연기 감사했습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추모 공간에는 "한국 영화의 큰 별", "영원한 국민배우", "천의 얼굴로 스크린을 누빈 배우" 등의 추모 글이 이어지고 있다.
안성기의 장례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진행된다. 명예장례위원장 신영균, 배창호 감독, 한국영화배우협회 이강섭 이사장,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 신언식, 한국영화인협회 양윤호 이사장 등 4인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으며, 이정재와 정우성 등 영화인들이 운구를 맡는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되며, 발인은 오는 9일 오전 6시 엄수된다.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다.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 소식에 미국에 체류 중이던 안성기의 큰아들은 지난 2일 급거 귀국했다. 큰아들과 만난 안성기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