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나 올랐나 — 숫자로 보는 '기름값 쇼크'
- 정부 대응 — 29년 만에 부활한 석유 최고가격제
참고이미지 = AI 제작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중동발 전쟁 충격으로 역대급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당 2000원 선을 넘어섰고, 정부가 30년 만에 가격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음에도 상승 압력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3월 8~9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는 리터당 1,890~1,918원, 경유는 1,912~1,943원까지 치솟았다. 2월 28일 중동 사태 발발 이후 단 9일 만에 휘발유는 13~15%, 경유는 21~24% 폭등한 수치다. 특히 경유의 상승폭이 두드러지는데, 싱가포르 현물 시장에서도 경유 가격 폭등 폭이 휘발유를 압도하면서 국내에서도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3월 2주차 평균 기준 휘발유와 경유 모두 1,900원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와 23% 상승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미·이란 충돌이다. 미국·이란 직접 충돌 여파로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25달러까지 치솟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종전을 시사하자 80달러대로 급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여기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원유 수급 비상 상황이 이어지면서 공급 불안이 가격을 더욱 끌어올렸다.
사상 초유의 유가 폭등에 정부는 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30년 만에 부활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3월 13일 시행되며, 국내 4대 정유사가 시중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값에 상한을 설정했다. IMBC 1차 적용 기간(3월 13~26일) 기준 보통휘발유는 리터당 1,724원, 자동차용 경유는 1,713원, 등유는 1,320원으로 각각 공급 상한가가 정해졌다.
그러나 오늘(27일) 발표된 2차 최고가격은 오히려 인상됐다. 2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1차 대비 210원씩 일제히 높아졌다.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했음에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그보다 더 크게 오른 탓이다.
유류세 역시 손을 봤다. 정부는 27일부터 5월 31일까지 유류세 인하율을 휘발유는 7%에서 15%로, 경유는 10%에서 15%로 각각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리터당 인하 폭은 휘발유 65원, 경유 87원씩 기존보다 늘어난다.
한편 최고가격제 시행 후 첫 주 효과는 가시적이었다. 3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리터당 72.3원 내린 1,829.3원을 기록했고, 경유는 96.5원 하락한 1,828.0원으로 더 큰 낙폭을 보였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으나, 일선 현장의 사정은 달랐다. 경기 의정부 시민은 "하루 만에 기름값이 200원이나 내려가 만땅으로 채웠다"며 환영한 반면, 울산의 한 주유소 업주는 "높은 가격에 미리 받아놓은 기름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당장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1,400원 하던 경윳값이 2,000원 가까이 오른 상황에서 최고가격제를 시행해도 농가 부담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며 "농번기에 경유 소비가 급증하면 치명타를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서 지역의 현실은 더 냉혹하다. 해상 운송에 이틀이 걸리는 백령도 주유소 3곳은 여전히 휘발유·경유·등유 모두 리터당 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고가격제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장은 "석유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 급등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유효한 단기 수단"이라면서도, 한시적 운영을 전제로 다양한 정책과 병행하는 패키지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시장 왜곡과 공급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을 경고하며, 유류세 인하·비축유 활용·취약계층 직접 지원·도입선 다변화 등 다양한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치솟는 기름값에 대한 분통이 쏟아졌다. "며칠 전 2만 원 넣었더니 10리터도 안 나오더라. 이게 맞냐"는 글에는 수백 개의 공감이 달렸고, "출퇴근 거리가 긴 지방 직장인은 사실상 월급 반 토막"이라는 하소연도 줄을 이었다.
화물 운전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는 "기름값이 이러면 운임을 올리거나 운행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반면 일부 네티즌은 전기차 전환에 나서고 있다며 "이참에 전기차 계약했다. 충전비가 훨씬 싸다"는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최고가격제 시행 소식에는 "그래도 뭔가 하는 거 맞다"는 반응과 함께 "2차에 210원 올랐다는데 이게 무슨 억제냐"는 비판도 함께 터져 나왔다. 또한 "주유소 가기 전에 30분씩 최저가 검색하는 게 일상이 됐다"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오늘(27일) 자정 2차 최고가격제 고시가 발효되는 가운데,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단시간 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기름값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