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을 재보선 — "사과는 했지만…" 세월호·이태원 공방 진흙탕
- 대구시장 선거 — 보수 텃밭 '흔들', 김부겸 vs 추경호 역대급 초접전
- 임실군수 선거 — '돈봉투 의혹' 안고 공천 받은 한득수, 한병락과 맞대결
참고사진 = 후보자 SNS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주요 선거구에서 각종 의혹과 공방이 쏟아지며 선거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는 범여권 내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보수 텃밭에서 이례적인 초접전이 연출되고 있다. 그리고 전북 임실군수 선거에서는 '돈봉투 의혹'을 안고 공천을 받은 후보를 향한 지역 유권자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이번 6·3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이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으면서 치러지게 된 이번 재선거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용남, 국민의힘 유의동, 조국혁신당 조국, 진보당 김재연, 자유와혁신 황교안 등 5명이 출마해 다자 격전을 치르고 있다.
이 가운데 범여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민주당 김용남 후보의 '과거 발언' 논란이다. 조국혁신당 측은 지난 5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남 후보가 국민의힘 소속이던 시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국민 세금 낭비"라고 발언한 것과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용산 집회 시위에 돌린 듯한 발언을 문제삼아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김용남 후보 측은 "발언의 취지가 왜곡됐다"며 반박했으나,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김 후보를 '세월호 망언 출마 반대 후보 5인' 중 한 명으로 공개 지목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결국 김용남 후보는 5월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당시 제 발언이 세월호 유가족분들의 가슴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지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 또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한 이력에 대해서도 "20여 년 전 검사 시절 인연이 판단을 흐렸다"며 "뼈저린 교훈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은 이 사과에도 싸늘하게 반응했다. 조국혁신당 박병언 대변인은 "지난 7일 9개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9번이나 변명하다가, 여론조사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자 그제야 사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태원 참사 유족에 대해서는 오늘까지도 끝내 사과 내용에 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공방이 격화되면서 양 진영의 단일화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5월 초 여론조사(미디어토마토, 뉴스토마토 의뢰)에서 김용남 28.8%, 유의동 22.5%, 조국 22.2%로 세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뒤엉킨 가운데, 단일화 여부가 사실상 이 선거의 최대 변수로 남아 있다.
대구시장 선거는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전국적 관심이 집중된 또 다른 격전지다. 역대 단 한 번도 민주당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던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추경호 전 국회의원이 맞붙으면서, 선거판 자체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월 27~28일 매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대구 거주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추경호 후보 46.1%, 김부겸 후보 42.6%로 두 후보가 오차범위(±3.1%p) 안에서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반대로 김부겸 47.5%, 추경호 39.8%로 김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우위를 보이기도 했다. 조사 기관에 따라 결과가 엇갈리는 혼전 양상으로, "어느 쪽이 앞서는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대별로도 뚜렷한 갈림이 나타났다. 40대에서는 김부겸 후보가 54.8%로 강세를 보인 반면, 70대 이상에서는 추경호 후보가 72.8%로 크게 앞섰다. 권역별로는 구도심에서는 추경호, 동부권에서는 김부겸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후보는 TK신공항 건설·후적지 개발, 청년 인구 유출 대응, 미래 신산업 육성 등 대구의 구조적 현안을 놓고 정책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JTBC가 메타보이스·리서치랩에 의뢰한 조사(5월 5~6일, 804명)에서도 추경호 41%, 김부겸 40%로 단 1%포인트 차에 불과한 접전이 확인됐다.
전북 임실군수 선거는 외지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의 밀도만큼은 어느 선거구 못지않다.
4월 21일, 민주당 임실군수 경선에서 탈락한 성준후 전 청와대 행정관이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격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성 전 행정관은 "지난 19일 임실군 삼계면에서 한득수 예비후보 측 운동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주민에게 현금이 든 봉투를 전달하려다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문제의 인물이 경선에서 탈락 후 한 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진명 전 예비후보 측 인사라는 점을 들어 "두 캠프가 결탁한 조직적 부정행위"라며 당의 즉각적인 수사 의뢰를 촉구했다.
해당 봉투에는 현금 20만 원이 들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경찰은 CCTV 영상과 휴대전화 녹취 기록, 돈봉투 등을 확보한 상태로 관련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민주당 정청래 당대표는 즉각 전북도당 선거관리위원회에 개표 보류를 지시하고 중앙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명령했다. 이에 따라 애초 4월 22일 발표 예정이었던 한득수-김병이 결선 결과는 순연됐다.
이에 대해 한득수 후보는 4월 22일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인물은 타 후보 캠프 관계자로 확인됐으며 본인 선거사무소와는 무관하다"고 전면 부인하고, "허위 사실 유포와 악의적 비방에 대해 무관용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조사 결과 "경선에 큰 영향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개표를 재개, 결선 1위를 기록한 한득수 후보의 공천을 4월 28일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가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이 서둘러 의혹을 봉합하고 공천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전북지사 경선에서도 비슷한 금품 의혹으로 김관영 현 지사가 제명된 직후였다는 점에서, "왜 임실 건은 다른 잣대를 적용하느냐"는 지역 내 불만이 제기됐다.
한득수 후보(더불어민주당, 61세, 현 임실축협 조합장)의 맞상대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병락 후보(70세, 전 뉴욕부총영사, 서울대 졸업)다. 한병락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려 했으나, 민주당은 경선등록 30분전 한병락 후보에게 -25% 감점 적용 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한병락 후보는 사실상 경선 참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전직 외교관 경력과 행정 전문성을 앞세운 그의 도전에 지역에서는 "당의 틀 밖에서 뛰는 만큼 오히려 소신 있는 행정을 펼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민주당 공천을 받은 한득수 후보가 구조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돈봉투 의혹이라는 전례 없는 변수가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선거 당일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번 세 선거구를 둘러싼 이슈들에 온라인 여론도 갈리고 있다.
평택을 선거와 관련해서는 "김용남이 사과를 9번 거부하다가 여론조사에서 밀리자 뒤늦게 한 게 더 문제", "그래도 세월호 유가족 직접 사과한 건 의미 있다", "진보 진영끼리 싸우다 유의동에게 어부지리 내주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혼재했다.
대구 선거에 대해서는 "대구에서 이 정도면 충격이다. 실제로 김부겸이 뒤집으면 역대급 이변", "추경호는 지역 의원이었고 김부겸은 전 총리인데 그게 이 정도면 보수 표심이 많이 흔들린 것", "여전히 추경호 우세라는 조사도 있어서 섣불리 예단 못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임실 선거에 대해서는 반응이 가장 날카로웠다. "돈 봉투 관련 경찰 수사가 아직 진행중인데 괜찮은거냐?", "한병락이 서울대를 졸업한 외교관 출신인데 행정력 자체가 남다르지 않겠느냐", "돈봉투 이슈가 있었던 전북지사처럼 제명은 왜 안 했냐"는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세 지역의 이슈는 성격이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유권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후보를 믿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평택에서는 오랜 과거의 발언이 선거 한복판에서 소환되며 후보의 진심을 가늠하는 잣대가 됐고, 대구에서는 수십 년간 당연시되어 온 지역 구도가 처음으로 흔들리며 유권자 스스로 변화를 선택할지 주목받고 있다. 임실에서는 돈 봉투와 관련돼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중인 사실에 대한 리스크를 두고 지역 주민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조용하지만 묵직한 변수로 남아 있다.
선거는 결국 후보의 말이 아니라 유권자의 선택으로 완성된다. 6월 3일, 그 답이 나온다. 선거운동 기간은 5월 21일부터 시작되며, 사전투표는 5월 29~30일, 본투표는 6월 3일이다.







